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, 무심코 제3자의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습니다. 감정을 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지만, 이런 말이 반복되면 관계에 불신이 쌓일 수 있습니다. 오늘은 뒷담화라는 습관이 왜 생기는지,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.
1. 왜 우리는 남 얘기를 하게 될까요?
“저는 그냥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누군가에 대한 얘기를 하게 돼요.”
“속에 있는 걸 안 풀면 너무 답답해서,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자꾸 올라와요.”
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저는, 그 마음부터 이해하고 공감하게 됩니다. 누구나 감정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고, 특히 그 감정이 불편하거나 억울함일 때는 말로 꺼내놓는 것이 가장 빠른 해소 방법처럼 느껴지거든요. 그런데 문제는, 그 말이 ‘지금 여기에 없는 누군가’를 향한 것이라면, 결국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관계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. 그래서 오늘은 ‘뒷담화’라는 말 습관에 대해 천천히 되짚어보고,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.
2. 왜 자꾸 뒷담화를 하게 되는 걸까?
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불만을 느끼거나 마음이 상했을 때, 직접 말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.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표현하지 못하면, 결국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게 되죠.
예를 들어 직장에서 어떤 동료가 계속 실수를 반복하는데, 그걸 직접 지적하면 괜히 분위기를 해치는 것 같고, 상사에게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해봅시다. 그러면 우리는 가장 편한 동료에게 “요즘 ○때문에 진짜 스트레스야” 하고 털어놓게 되죠.
이런 말은 처음엔 잠깐 속이 시원할 수도 있지만, 말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도 그 사람을 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, 듣는 사람과도 불편한 동조를 하게 됩니다. 그게 반복되면, 어느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‘말 많은 사람’, 혹은 ‘뒤에서 이야기하는 사람’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않게 됩니다.
3. 뒷담화는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?
어느 내담자분은 친구와 함께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다고 해요. 그런데 어느 날, 자신이 했던 말이 그 당사자에게 돌아갔다는 걸 알게 되었죠.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, 그 친구 역시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했다는 사실이었다고 합니다.
결국 뒷담화는 우리 관계 속에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남깁니다. ‘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, 나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지 않을까?’ 하는 불편한 마음이 들고, 더 이상 관계가 온전히 편안하지 않게 되죠.
그러다 보면, 내가 나누고 싶은 진짜 이야기 – 내 속마음, 나의 고민, 나의 진심 –은 말할 곳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. 관계의 깊이도 그만큼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.
4. 뒷담화를 줄이기 위한 말 습관
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뒷담화라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?
먼저, 말을 꺼내기 전에 잠깐 생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.
‘내가 이 말을 왜 하려고 하지?’
‘이 말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일까, 아니면 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말일까?’
예를 들어 친구가 “요즘 ○너무 예민하지 않아?” 하고 말을 꺼냈을 때, 나도 공감한다고 해서 바로 동조하기보다는 “그런 일이 있었구나. 혹시 ○○에게 직접 이야기해 본 적 있어?” 하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줄 수 있습니다.
혹은 “그 친구 요즘 힘든 일 있는 것 같던데, 괜찮은지 한번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.” 같은 말도 관계를 살리는 방향이 될 수 있죠.
직장에서 동료의 실수를 말하고 싶을 때도, 똑같습니다. ‘이 말을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게 맞을까, 아니면 직접 말하거나 정리해서 적절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는 게 나을까?’ 그 생각 하나로, 말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. 또 감정을 혼자 처리하기 힘들다면, 말 대신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. 일기나 감정노트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먼저 정리하면, 뒷담화라는 형태가 아닌, ‘의미 있는 표현’으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.
5. 말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
하루에 한 번이라도, 누군가에 대한 좋은 말을 먼저 꺼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입니다.
예를 들어 “오늘 ○덕분에 일 처리가 수월했어.”, “○○는 항상 성실한 면이 있어서 배울 점이 많아.” 같은 말을 나누다 보면, 말이라는 도구가 누군가를 헐뜯는 수단이 아니라, 신뢰를 쌓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.
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, 완벽해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입니다. 말이라는 건 감정이 섞인 행위이기 때문에,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, 그럴 때마다 나를 너무 몰아붙이기보다는 ‘다시 한번 생각해보자’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건강한 변화입니다.
6. 내가 바꾼 말이 내 관계를 바꾼다
우리는 누구나 좋은 관계를 원합니다. 하지만 그 관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‘말’이라는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. 그 다리를 어떤 재료로,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갈지는 결국 우리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.
뒷담화라는 말 습관을 고친다는 건 단지 부정적인 말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,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선택하는 일입니다. 나 자신에게도 더 솔직해지고, 상대방에게도 더 존중을 보내는 방법입니다.
지금부터라도, 아주 작은 말 하나를 다르게 해보는 시도를 해보세요. 그 한 마디가 내일의 인간관계를 훨씬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. 말의 힘을 믿어보시길 바랍니다.